요즘 포도가 제철이라 한 송이씩 먹다 보면 귀찮은 마음에 포도씨를 그냥 삼키기도 합니다.
이런 제 모습을 본 친구가 "과일씨에 독성이 있다고 하던데...포도씨도 많이 먹으면 건강에 해로운것 아니야?" 라고 묻더군요.
생각해 보니 정말 궁금해졌습니다. 우리는 과일의 과육은 아무렇지 않게 먹으면서도 씨앗은 일부러 뱉어내기도 하고, 어떤 과일은 씨까지 함께 먹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과일씨는 모두 어느정도의 독성을 가지고 있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과일의 씨앗이라고 해서 모두 독성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종류에 따라 먹어도 되는 씨앗도 있고, 일반적인 섭취 정도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씨앗도 있습니다.
반면 일부 과일의 씨앗에는 아미그달린과 같은 시아노제닉 배당체가 들어 있어 주의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먹는 과일을 중심으로 먹어도 되는 씨앗과 먹지 않아야 할 씨앗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포도씨, 그냥 삼켜도 괜찮을까?
포도에는 씨가 있는 품종도 있고, 씨가 없는 품종도 있습니다. 씨가 있는 포도를 먹다보면 씨를 일일이 골라내기 귀찮아 그대로 삼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포도씨에는 독성이 있을까요?
포도씨에는 독성이 없습니다. 오히려 폴리페놀과 같은 다양한 식물성 화합물이 들어 있으며, 실제로 포도씨 추출물을 이용한 식품이나 건강 관련 제품도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포도씨 추출물과 포도씨 자체를 많이 먹는 것은 그 의미가 다릅니다.
추출물은 특정 성분을 농축해 만든 제품이고, 우리가 포도를 먹으면서 함께 섭취하는 소량의 씨앗과는 섭취 형태와 양이 매우 다릅니다.
따라서 포도씨를 일부러 많이 먹을 필요도 없고, 반대로 포도씨를 삼켰다고 해서 독성 떄문에 걱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수박씨와 참외씨는 그냥 삼켜도 괜찮을까?
수박을 먹다가 씨를 하나씩 뱉어낸다는 것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수박씨는 우리가 생각하느 것보다 식용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 씨앗입니다. 중국과 중동권 등 다양한 나라에서는 수박씨를 볶아서 간식처럼 먹기도 하고 식재료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참외도 비슷합니다.
참외를 먹을 때 씨와 씨 주변의 부드러운 부분을 함께 먹기도 하고 그 부분을 제거하고 먹기도 합니다.
“참외씨를 먹으면 배탈 난다”는 말은 예로부터 어른들이 많이 하시던 이야기 인데 이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는 쪽으로 밝혀졌습니다..
최근 자료를 확인해보면, 참외 가운데 씨가 붙어 있는 하얀 부분인 ‘태좌’를 먹어도 그 자체가 배탈을 일으킨다는 근거는 없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태좌에는 엽산과 비타민 C 등이 들어 있어 함께 먹을 수 있는 부분입니다.
다만 참외를 먹고 실제로 배탈이 나는 경우는 있을 수 있는데 이는 참외가 상하기 시작하면 태좌 부분이 다른 부위보다 빨리 변질될 수 있어서, 상한 참외를 먹었다면 배탈이 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즉 참외씨 때문에 배탈이 난 것이라기 보단, 참외의 신선도 문제가 원인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과씨는 왜 조심하라고 할까?
사과는 우리가 매우 자주 먹는 과일이지만, 사과씨에는 아미그달린(amygdalin)이라는 시아노제닉 배당체가 들어 있습니다.
이런 물질은 씨앗이 손상되거나 소화되는 과정에서 분해되면서 시안화수소를 생성할 수 있습니다.
시안화물은 체내에서 세포가 산소를 이용하는 과정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양에 노출되면 독성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과를 먹을 때마다 씨앗 한두 개를 발견했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섭취량과 섭취 방법입니다.
특히 씨앗을 일부러 많이 모아서 깨뜨리거나 갈아서 먹는 것과, 사과를 먹다가 씨 몇 개를 실수로 삼키는 것은 전혀 같은 상황으로 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사과를 먹을 때는 씨앗을 일부러 먹지 않는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복숭아·자두·살구씨는 조금 더 주의해야 한다
여름철 대표적인 과일 가운데 복숭아, 자두, 살구는 씨앗을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이 과일들은 우리가 먹는 과육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단단한 씨앗 안쪽에 아미그달린과 같은 시아노제닉 배당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살구씨는 예로부터 한의학에서 행인이라는 약재로 사용되어 왔으며, 기침·천식이나 장의 건조로 인한 변비 등에 활용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생살구씨를 일반 식품처럼 먹어도 안전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행인에는 아미그달린이 들어 있어 과량 섭취 시 시안화물 중독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생살구씨에 들어 있는 아미그달린이 체내에서 시안화물로 전환될 수 있으며, 많은 양을 섭취할 경우 시안화물 중독 위험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살구씨를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일부러 먹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복숭아와 자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과육은 맛있게 먹되 단단한 씨앗은 먹지 않는 것이 가장 간단하고 안전한 방법입니다.
체리씨도 같은 이유로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체리 역시 여름철에 자주 먹는 과일입니다. 체리는 씨를 빼고 먹기가 참 번거로운 과일입니다.
작고 말랑한 체리를 칼로 하나씩 잘라 씨를 빼다 보면 과육이 같이 떨어져 나가고, 손에는 어느새 체리즙이 묻어납니다. 그래서 체리를 먹을 때는 씨를 발라내기보다 과육을 먹고 씨만 뱉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무심코 삼키는 경우가 더러 생길 수 있습니다.
체리씨 역시 시아노제닉 배당체와 관련해 주의가 필요한 씨앗입니다. 특히 씨앗을 깨물거나 부수어 먹는 행동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과일씨를 실수로 삼켰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부분이 가장 걱정되는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과일을 먹다가 씨 하나를 실수로 삼켰다고 해서 무조건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씨앗을 통째로 삼킨 것과 깨물어서 씹은 것은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로 살구씨나 복숭아씨처럼 주의가 필요한 씨앗을 여러 개 먹었거나, 씨앗을 깨서 씹어 먹은 경우에는 단순히 “괜찮겠지”라고 넘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섭취한 과일과 씨앗의 종류, 먹은 양, 씨앗을 씹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의료기관이나 응급의료기관에 상담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특히 어린아이가 먹은 경우에는 성인보다 체중이 적기 때문에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호흡이 이상하거나 심한 어지러움, 의식 변화, 경련 등 심각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즉시 응급의료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마무리하며
이번에 포도씨를 그냥 삼키면서 시작된 작은 궁금증이 생각보다 복잡한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포도씨나 수박씨처럼 일반적인 식생활에서 함께 섭취하기도 하는 씨앗이 있는 반면, 사과씨나 복숭아·자두·살구·체리씨처럼 일부러 먹지 않는 것이 좋은 씨앗도 있습니다.
특히 기억해 둘 것은 아미그달린이 들어 있는 일부 씨앗을 깨거나 씹어서 먹는 행동은 피하는 것입니다.
결국 과일씨에 대한 가장 좋은 원칙은 아주 간단합니다.
먹어도 되는 씨앗은 굳이 피할 필요가 없지만, 먹지 않는 것이 좋은 씨앗은 일부러 먹지 않는다.
그리고 “천연이라서 안전하다” 또는 “씨앗은 모두 독성이 있다”처럼 한쪽으로 단정하기보다는 과일마다 씨앗의 성분이 다르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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