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5일 많은 사람들에게 '피터팬 아빠'로 잘 알려진 전경철 작가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63세
그는 중증 자폐성 장애가 있는 아들을 27년 간 홀로 돌보며 살아왔고, 지난해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후에도 자신의 치료보다 아들의 미래를 걱정했다. 자신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아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곳을 찾기 위해 전국의 장애인 거주시설과 복지기관을 찾아다녔고, 그 여정을 자신의 글로 남겼다. 그 기록이 바로 에세이 《안녕, 피터팬》이다.

'피터팬 아빠'라는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전경철 작가는 아들 제원 씨를 '피터팬'이라고 불렀다.
나이로는 성인이 된 아들이었지만, 정신연령은 2-3세 수준인 중증 자폐를 가지고 있었기에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동화 속 인물인 '피터팬'이라고 불렀다. 동화 속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네버랜드'속 피퍼팬의 모습과 닮았기 때문이다.
그는 27년 동안 아들의 일상을 돌보면서 현실적인 문제와 계속 마주쳤다.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 이 아이는 어떻게 살아갈까'
그의 이 질문은 간암말기 판정을 받은 뒤 더욱 더 절박해졌다.
간암 말기 판정 이후 시작된 1000여 곳의 여정
전경철 작가는 지난해 간암 말기 진단을 받고 약 6개월의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그에게는 자신의 죽음보다 더 절박했던 문제가 있었따. 그것은 바로 자신이 없는 세상에서 아들이 살아갈 장소를 찾는 일이었다. 그는 전국의 장애인 거주시설과 관련기관을 찾아다녔다. 보도에 따르면 그가 문을 두드린 곳은 1000여 곳에 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중증 발달장애가 있는 성인을 받아줄 시설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아버지 한 사람이 자신의 아들을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그의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이것은 한 가족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발달 장애인의 돌봄에 대한 문제점을 마주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버지의 기록이 한 권의 책이 되다.
전경철 작가는 아들을 위한 시설을 찾아다니는 여정을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폰 '브런치'에 기록했다.
처음에는 자신의 아들이 살아갈 곳을 찾기 위한 기록이었지만, 그의 글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각종 방송에 전경철 작가의 이야기가 소개되면서 에세이 《안녕, 피터팬》이 정식 출간되기도 했다.
책에는 한 아버지가 오랜시간 장애를 가진 아이를 돌보며 경험한 사랑과 현실적인 어려움이 담겨있다.
특히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도 아들의 미래를 걱정해야 했던 아버지의 마음은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사연을 접한 독자들은 2천건에 달하는 응원 댓글과 8천만원의 후원금을 통해 전경철 작가를 응원했다. 전경철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성인 중증 자폐인과 가족들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의 필요성을 알리기 시작했다.

방송을 통해 알려진 '피터팬 아빠'
전경철 작가의 이야기는 올해 방송을 통해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지난 3월 MBC 《실화탐사대》를 통해 그의 사연이 소개되었고, 이후 tvN 《유퀴즈》에도 출연했다. 방송에서 전경철 작가는 아들과 함께 살아온 시간을 이야기 했다. 그에게 아들은 돌봄의 대상이기만 한 존재가 아니었다. 오랜시간 아들과 함꼐 살아오면서 자신 역시 아들에게 많은 행복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가 남기 이야기가 특별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녀를 돌본다는 것을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삶으로만 이야기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아들과 함께한 27년을 힘겨운 시간인 동시에 자신에게 행복을 준 시간으로 기억했다.
'희미하게 기억나는 남자로 기억해주면 좋겠다'
전경철 작가는 자신이 세상을 떠난 후 아들이 자신을 어떻게 기억했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아빠라는 존재는 깨끗하게 잊고 네 행복만을 위해 살라고 하고 싶은데 솔직하지 않은 심정"이라며 "떠올리면 문득 그립기는 하다" 정도로 기억되면 좋겠다며 아들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드러냈다. 아들이 자신을 완전히 잊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주 희미하게나마 자신을 기억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던 것이다.
그의 이런 말에는 부모라면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복잡한 심경이 담겨져 있다.
자녀가 자신이 없어도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과 그러면서도 자신의 존재를 완전히 잊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
어쩌면 부모에게 자녀를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이런 모순된 마음이 늘 존재하는 것일 것이다.
전경철 작가는 MBC 《실화탐사대》에 출연해 아들을 향한 마지막 인사를 미리 남겼다. 이미 자신보다 홀쩍 큰 아들이지만, 늘 순수했던 아들에게 보낸 편지다.
"다른 부모들은 아주 짧게, 불과 길어도 2-3년을 넘기지 못한다는 아빠로서의 행복을 너는 무려 20년 넘게 아빠에게 안겨줬어. 그래서 늘 고마웠고, 지금도 고마워, 고마웠어 아들"
전경철 작가가 마지막까지 꿈 꿧던 것
전경철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린 이유는 단순히 자신의 가족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과 같은 상황에 놓인 다른 발달장애긴 가족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 특히 성인이 된 중증 자폐인을 위한 안정적인 생활 공동체를 만들고자 했고, '피터팬 자폐인 복지재단' 설립도 추진했다.
지난 8월에는 생전 장례신과 감사 공연을 겸한 자리도 마련해 시민들과 후원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의 아들은 결국 최중증 발달장에인을 위한 공동체 마을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 아버지가 마지막까지 걱정했던 '내가 없는 이후의 삶'에 대한 답을 어느정도 찾은 셈이다.

'피터팬 아빠' 전경철 작가를 기억한다는 것
전경철 작가의 삶을 단순히 장애아를 위해 희생한 아버지의 이야기로만 기억하고 싶지는 않다.
그의 이야기는 한 아버지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발달장애인이 부모가 없는 그 이후에도 어떻게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사회적 물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녀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는 일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부모에게는 그 자연스러운 이별조차 불안으로 다가올 수 있다.
'내가 없는 세상에서도 내 아이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전경철 작가는 자신의 삶을 통해 이 질문을 우리 사회에 던졌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2026년 9월5일, 전경철 작가는 아들과 영원한 이별을 했다.
하지만 그가 남긴 《안녕, 피터팬》과 아들을 위해 걸었던 긴 여정, 그리고 발달장애인 공동체를 만들고자 했던 꿈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 나갈 것이다. 그는 저서 인세와 관련 수익을 피터팬 제단 설립 기금으로 기부해 24시간 돌봄 공동체 설립을 추진했다.
그가 아들을 위해 마지막 까지 걸었던 길을 기억하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피터팬 아빠' 전경철 작가를 기억하는 방법이 될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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